[스탠드업포라이프] (20) 낙태만이 선택지가 아니야

성산생명윤리연구소에서는 생명을 존중하고 태아를 살리는 'Stand up for Life(스탠드업포라이프)'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기에서는 총 10명의 프로라이프빌더(pro-life builder)를 배출하였습니다. 스탠드업포라이프 3기 수강생들이 낙태에 찬성하는 프로초이스(pro-choice) 입장을 가진 '가상'의 친구에게 쓴 편지글을 더워드뉴스에서 연재합니다. 이번 순서는 여성소망센터에서 일하는 김정주님이 낙태에 찬성하는 친구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친애하는 친구에게

 

안녕, 친구야.

내가 여성소망센터라는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 너에게 여성소망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위기 임신 상담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어서 편지를 쓴다. 그때 너는 위기 임신에 처한 여성에게 낙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여성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 하지만 내가 현장에서 많은 여성들을 만나면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낙태가 여성의 권리라고 생각해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은 없었어. 다만 주변의 가족들과 아기의 아빠가 낙태를 강요하거나 책임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암담한 현실과 대책 없는 미래 때문에 낙태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아. 그래서 무섭고 두렵지만 눈물을 흘리며 낙태 수술을 받으러 가는 여성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 이런 상황에 처한 여성들에게 생명을 지키려는 마음을 공감, 격려해주고 낙태만이 선택지가 아닌, 입양, 위탁 제도도 소개해 주면 어떨까? 그리고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 센터 차원에서, 그리고 주변의 단체나 기업에서, 그리고 국가에서 한부모가족에게 지원하는 여러 혜택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준다면 훨씬 더 그 여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낙태만이 선택지라고 생각하는 상황과 낙태 외에도 입양, 위탁, 또 각종 지원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숙고하며 진짜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상황, 이 둘 중 어느 상황에 더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위기 임신 상담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처음 낙태를 생각했지만 출산을 결정해서 잘 키우고 있는 가정들도 옆에서 지켜보며 계속 지원하고 있어. 물론 쉽지 않은 미혼모의 삶이지만 누구보다 보람 있게 자녀를 양육하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엄마들의 모습들이 모두에게 ‘장한 어머니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삶을 사는 본인들의 모습들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며 자신들이 더 놀라곤 해. 이렇게 생명은 변화의 힘이 있어서 새로운 삶의 단계로, 자녀를 책임지고 길러내는 성숙한 어른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 같아.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낙태가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지 않으려는 남성에게 더 큰 힘을 쥐어주고 있어. 낙태가 쉬워지면 남성은 상대 여성의 임신에 대해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가 아닌, “또 낙태하면 되지”라는 식의 접근을 하게 되어 더 쉽고 강하게 낙태를 강요하게 될 거야. 실제로 이런 남성들을 겪게 될 때가 있는데 이럴 땐 인간에 대한 환멸까지 느끼게 돼. 또한 낙태를 쉽게 생각하게 되면 임신과 낙태를 반복하게 되고 반복할수록 여성의 정신과 육체는 큰 손상을 입게 되게 돼. 진짜 임신을 원할 때 임신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아. 임신한 여성들을 돕는 기관의 장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론적으로는 책임지지 않으려는 남성들에게 법적, 경제적으로 더 많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데 모두 동의하고 있어. 다만 정치권에서 남성들의 표를 의식해서인지 그런 법안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이런 상황에서 낙태가 쉬워지면 진짜 보호 받아야할 출산을 희망하는 여성들은 더욱 설자리가 없어질 거야.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낙태에 대해, 생명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어. 자살률 세계 1위의 오명이 이미 익숙해진 가운데 완벽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거나 명성에 흠이 있으면 살 가치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것 같아. 친구도 진짜 여성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또 이야기해 줘. 이만 줄일게. 너의 친구 정주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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