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4월 총선과 진정한 ‘자유선거’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선거의 관계 

 

성숙한 자유시민으로서 우리 모두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나라’를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이 나라는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큰 주의의무가 따르게 된다. 주지하듯이 우리가 지키고 물려줘야 할 나라는 당연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가 후대에게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의 주제처럼 우리는 잠시 머무는 이 땅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자유선거를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커다란 우산 밑에서 수시로 독버섯처럼 자라는 인민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등을 막아야 하는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는 단순히 용어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용어의 차원을 넘어 헌법이 보장하는 체제이며 선거로 지키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대한민국이 가진 (자유민주주의) 헌법이 있으니 이토록 선진화된 체제도 선거도 모두 쉽게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낙관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그 시작부터 공산주의와 싸워 승리한 기적의 역사인 반면, 지난 76여년간 대한민국의 체제와 자유선거는 쉼 없이 공격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생명이 바로 자유선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야기의 첫 단추 - 국민 주권의 원리

 

선거를 주제로 이야기할 때 우리가 만나는 첫 단추는 바로 국민 주권(國民主權)의 원리다. 먼저, 주권(sovereignty)이란 말은 무엇일까? 주권은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최고의 권력을 말한다. 일찍이 근대 주권 이론을 창시한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장 보댕(Jean Bodin, 1529 - 1596)은 주권의 개념에 대해 “대내적으로는 최고의 절대성을 가지고, 대외적으로는 독립성을 가진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국민 주권의 원리는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 권력인 주권이 바로 국민에게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러한 국민 주권의 원리에 따라 모든 국가 권력의 행사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바탕으로 해야만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절대 왕정 시기에는 절대 군주가 주권을 소유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 등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었다. 한편, 국가의 주권과 통치에 대한 논의는 대표적으로 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 - 1679)와 존 로크(John Locke, 1632 - 1704) 등을 통해 발전을 거듭했다. 그리고 역사의 시간표 속에서 몇 차례에 걸쳐 일어난 시민 혁명을 통해 절대 군주의 권력이 무너지고 국민 주권의 원리가 점차 자리 잡게 되었다. 다시 말해, 국민 주권은 국가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며,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오늘날 자유 국가의 구성원이 누리는 이 주권이라는 열매는 피 흘리기까지 자유를 갈망한 수없이 많은 이들의 헌신을 통한 문명의 선물인 것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

 

그런데 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선거는 말 그대로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가 국가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선거를 꽃이라 부르고 선거일을 민주주의의 축제로 비유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다. 이 조항은 주권자 국민이 가지는 헌법적 가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주권의 원리가 그토록 엄중하다 해도, 현실적으로 저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국민 스스로 주권자 또는 권력자임을 크게 느끼거나 또는 그것을 타인에게 드러낼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존재를 한껏 드러내는 때가 바로 선거기간이다. 

 

자유민주국가 선거의 기본원칙 

 

자유로운 민주 시민으로서 우리는 선거의 네 가지 기본원칙을 교양으로 숙지하고 있다. 선거의 4대 원칙이란 대부분의 현대 민주국가가 채택한 보통 선거, 평등 선거, 직접 선거, 그리고 비밀 선거의 4대 원칙을 말한다. 우리 헌법 제41조 및 제67조는 각각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바로 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 자유선거라는 대원칙을 덧붙여 선거의 5대 원칙이라고도 부른다. 비록 당연한 내용일지라도 2024년에 선거라는 주제가 매우 중대하기 때문에 선거의 기본원칙의 핵심만 확인하고자 한다.

 

1. 보통선거

 

보통선거란 사회적 신분, 교육 수준, 재산, 인종, 신앙, 성별 등에 의한 자격요건의 제한 없이 일정한 연령을 갖춘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하는 원칙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을 부여한다.

 

특별히 보통선거와 관련해 중요한 역사는 1948년에 처음 보통 선거 제도가 시행된 것이다. 1948년 5월 10일은 우리나라 국민이 제헌 국회를 구성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에 참여한 역사적인 날이다. 바로 이 5·10 총선거는 민주적 선거의 기본이 되는 보통·평등·직접·비밀의 네 원칙을 갖춘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자유선거이자 민주선거였다. 

 

2. 평등선거

 

평등선거란 선거인의 투표의 가치를 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즉,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하게 1인 1투표의 투표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평등’과 함께 ‘가치’라는 단어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등선거의 원칙은 단순히 문자적으로 한 사람에게 한 장의 투표지를 준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주권자로서 개별 유권자의 투표권이 가지는 가치와 무게가 모두에게 동일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3. 직접선거

 

직접선거란 선거인이 직접 대표자를 선출하는 원칙으로써 간접선거에 대비되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선거인과 선출될 대표자 사이에 직접적인 신뢰와 책임의 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결국 선거를 통한 국민의 대표는 자신을 믿고 선출한 국민에게 엄격한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된다. 

 

4. 비밀선거 

 

비밀선거란 선거인의 투표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원칙으로써 공개투표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러한 주요 원칙을 통해 선거인은 자신의 투표권 행사로 인한 불이익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즉 비밀선거의 원칙은 선거인의 투표지가 타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주권자의 투표권이 침해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5. 자유선거와 대표(representative)의 개념

 

마지막으로 자유선거란 외부의 간섭이나 강제를 받지 않고 자신의 선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원칙이다. 이러한 자유선거는 과거에 왕을 세습하던 조선 시대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자유선거는 강제선거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에도 과연 공정한 선거가 존재할까?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전체주의 사회에는 선거가 존재만 할 뿐 공정한 선거가 없다. 이처럼 자유선거는 자신이 원하는 대표를 주권자 국민의 손으로 직접 투표하여 뽑는 것이다.

 

상기 네가지 기본원칙과 자유선거의 대원칙을 전제로 비로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국민이 뽑은 대표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정치 방식’인 대의민주주의(대의 민주제, representative democracy) 또는 간접 민주제(indirect democracy)를 주요 속성으로 가진다. 그리고 이 대의제도에서 중요한 것이 국민의 뜻을 대표한다는 ‘Representation’개념이다. 

 

대의민주주의 vs 직접민주주의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 - 1778)는 “국민은 투표할 때는 주인이지만, 투표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루소의 이 말처럼 대의민주주의 아래 선거는 종종 투표를 통해 주권자의 선택을 받은 소수의 사람들이 오히려 주권자인 국민의 다수를 지배하는 모순을 가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보다 바람직하고 적합한 것은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대의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현대 사회의 수많은 시민들이 가진 저마다 다른 정치적 견해를 하나로 수렴시키거나 잘 정리된 국가의 정책으로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직접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의 자리를 차지할 경우에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1805 - 1859)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통해 말한 ‘다수의 전제’(tyranny of the majority) 또는 ‘다수의 횡포’라는 함정에 빠지기 더욱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는 주권자인 국민이 광장에 나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특정 정당이나 소수의 대표자들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구실로 숙의를 거치지 않은 채 오로지 다수결을 도구로 광장의 목소리를 악용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회가 갈수록 빠르게 변하고 국가 간의 경제 및 정치적 이해관계 또한 복잡해지고 있다. 이럴수록 깊이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의 민주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투철한 봉사정신을 가진 대표자의 존재를 무시한 채 국가와 공동체의 중요한 사항을 직접민주주의로 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러므로, 변화하는 시대에도 대의민주제를 중심으로 하고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보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서 어떠한 시대와 상관없이 단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정치가 사회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전자민주주의(電子民主主義, Electronic Democracy, E-democracy)의 두 얼굴

 

전자민주주의란 ICT(정보 통신 기술, 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를 활용한 민주주의를 통해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심사와 토론의 수준을 높이려는 현대 민주주의의 흐름이자 하나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같은 새로운 기술이 민주주의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크게 주목받고 있는 전자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이자 높은 교육 수준과 책임 의식을 가진 시민에 의해 세심하게 모니터링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회사의 주주총회나 국회의원 및 대통령을 뽑는 공직선거 등의 경우, ICT를 활용한 기술이 불법적으로 악용되어 주주 및 주권자의 직접선거 및 비밀선거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은 먼저 전자민주주의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태도를 지양하여 전자민주주의가 가진 잠재적 위험 요소를 예방해야 한다. 나아가 시시각각 발전하는 정보 통신 기술이 현대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더욱 더 책임 있게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과 형태로 활용되도록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 시민의 의식도 함께 갖춰야 한다. 결국 전자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를 해치지 않으려면 강력한 법치주의와 함께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준법정신이 필요하다.

 

선거의 공정성 & 국민의 검증 가능성을 전제로 한 자유선거

 

앞서 살펴본 대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인 자유선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는 책임 있는 민주시민이 되어 민주주의의 꽃이며 자유민주주의의 생명과 같은 이 선거제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특별히 공정한 선거제도와 국민의 검증 가능성이 담보된 자유선거를 지킬 때에만 비로소 주권자 개개인에게 주어진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간존엄과 같은 문명의 선물을 누리고 보전할 수 있다. 인류가 피땀 흘려 얻은 자유가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야 하는 만큼 이것을 엄정하고 지혜롭게 수호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이처럼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자유는 아무에게나 머물지 않는다. 자유의 본질은 성숙한 시민의 참여와 헌신을 통해 지켜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와 언론과 시민 모두는 다가올 4월 총선에서 투개표를 포함한 선거의 무결성(electoral integrity) 및 선거에 대한 국민의 검증 가능성(verifiability)을 해칠 수 있는 대내외적 가능성 및 시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또한 2024년에 대한민국과 자유세계가 치를 모든 선거가 그러한 선거가 되도록 전심전력해야 한다.

 

(트루스포럼 = 유중원 기자)

찬성 반대
찬성
34명
97%
반대
1명
3%

총 35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