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업포라이프] (4) 내가 아빠인데 무슨 짓을 한건가

성산생명윤리연구소에서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Stand up for Life(스탠드업포라이프)' 강의를 진행하였고 총 13명의 프로라이프빌더(pro-life builder)와 3명의 수료생을 배출하였습니다. 스탠드업포라이프 수강생들이 낙태에 찬성하는 프로초이스(pro-choice) 입장을 가진 '가상'의 친구에게 쓴 편지글을 더워드뉴스에서 9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네번째 순서로 희야(필명)님의 편지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여보, 내가 정말 미안해요.

작년에 당신이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지금 형편이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아이를 낳아서 기르겠느냐고 했었지. 아빠로서 아이의 양육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남편으로서 당신에게 걱정 말라고 다독여주고, 내가 더 열심히 일해서 우리 아기 잘 키우자고…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기는 커녕 내가 당신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말 했으니... 아기의 생명을 무슨 종이 위에 쓴 연필 낙서 처럼 지우라고 했으니... 정말, 내가 잘못했어요.

 

실은 나는 아기의 생명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지를 못했어요. 먹고 사는데 바빴다고 한들 무슨 변명이 될까마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이 이미 둘이나 있고, 아이가 더 생기면 힘들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만 하고 셋을 키우기에는 우리 형편이 어려우니 있는 아이들이나 잘 키울 생각으로 아기를 지우라고 했었어요. 나의 생각없음으로 인해 당신이 낙태수술을 하고 돌아온 그날부터 당신의 얼굴에는 어두움이 끼어있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데 난 속으로 '뭐 그리 대단한 수술을 했다고 그러나' 하고 생각했어요. 낙태 과정이 거의 아기를 낳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은 해 보지도 못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 쉽게 그냥 아기를 지우는 것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난 겨울에 길거리에서 "태아도 생명이에요", "엄마, 아빠 나도 생명이에요" 하는 그림을 들고 외치는 사람들이 내게 찾아와 태아의 발달 과정이라면서 "언제부터 인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는 거에요. 그 때 나는 "뱃속에 있을 때도 인간인가요? 태어나야 인간인 것 아닌가요? 태어나기 전에도 인간인 것으로 법이 바뀌었나요?"하고 반문했어요. 그러자 그들은 "아기가 처음 수정된 순간부터 사람입니다. 생명은 소중해요. 그리고 낙태하면 안돼요"라면서 왜 낙태를 하면 안 되는지 낙태 시술 과정을 통해 설명해 주었어요. 남자로서 아기를 낙태시키는 과정이 어떠할지 한 번도 나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집으로 오는 내내 아기의 온 몸이 잘려나가는 그 영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나서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내가 당신에게 지우라고 했던 우리 아기... 내가 아빠인데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아무 생각없이 경제적으로 힘드니 이번 아기는 낙태하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왜 그리 당신이 우울하고 힘들어 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어요. 나도 한동안 멍하니 아기가 얼마나 고통 속에서 아파하며 괴로웠을까 생각하니 정말 잠이 오지 않더라구요. 내가 무슨 말로 당신의 아픈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마는... 나의 무심함과 무지함을 용서해줘요. 이번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속죄할 수 있도록 주신 새생명은 어떤 상황에도 잃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의 얼굴에 수심이 끼는 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아요.

 

 

부끄러운 아빠로 살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라도 잘 키우고 싶어요. 내가 더 열심히 일 할게요. 당신이 힘들지 않도록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해 가면서 도와줄게요. 정말 못난 남편이 이제야 철이 들었다고 생각해 줘요.

 

그래도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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