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업포라이프] (3) 프로초이스를 선택하려는 친구에게

성산생명윤리연구소에서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Stand up for Life(스탠드업포라이프)' 강의를 진행하였고 총 13명의 프로라이프빌더(pro-life builder)와 3명의 수료생을 배출하였습니다. 스탠드업포라이프 수강생들이 낙태에 찬성하는 프로초이스(pro-choice) 입장을 가진 '가상'의 친구에게 쓴 편지글을 더워드뉴스에서 9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세번째 순서로 미희(필명)님의 편지입니다.

 

 

지연아(가명), 안녕. 나 미희야. 원치 않는 일이 생겨서 많이 당황스럽고 힘들지? 나 같아도 많이 힘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거 같아. 밥은 잘 먹고 있는 거야? 이럴 때일수록 잘 챙겨 먹어야 할텐데...

 

지연아,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너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떠오른 내 이야기를 하고자 해.

너도 알다시피 나는 1남 2녀 중에 차녀로 태어났어. 위에는 언니, 밑에는 남동생. 내가 태어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 집은 친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큰댁 근처에 살았어. 그래서 친할머니, 큰댁 식구들과 가까이 지냈지. 내가 태어나던 그 시기에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하여 특히, 나이가 드신 분들은 남자 아이를 선호하셨어. 우리 할머니도 마찬가지였고. 우리 집의 첫째는 딸, 첫째니까 뭐 그렇다고 쳐. 그런데 둘째까지 딸이니까 할머니가 우리 엄마를 구박하시고, 엄청 싫어하셨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큰엄마는 그때 당시 이미 6명의 딸을 낳은 상태셨어. 그러니까 친할머니 눈에는 내가 얼마나 보기 싫으셨을까... 나는 늘 언니, 남동생과 비교당하면서 사랑받지 못했지.

 

어렸을 때에는 명확하게 그게 뭔지 정의내릴 수 없었는데, 크고 나서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저주받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받았던 대우가 점점 쌓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 그런 생각이 드니까 힘이 쭉 빠지면서 한참을,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울었던 거 같아.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으니까. 게다가 최근에 엄마와 대화하면서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어. 엄마는 큰엄마와 같이 보건소에 가셔서 나를 낳으셨대. 그래서 나는 엄마한테 여쭤봤어. “그때 아버지는 어디에 계셨어요?”라고 말야. 그랬더니 아버지는 내가 딸이라는 것을 이미 아시고는 병원에 함께 가시지도 않고, 속상해서 그 날 술을 마셨다는 거야. 그 말을 듣는데,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어.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서러운 마음이 들었어. ‘어떻게 아버지가 그럴 수 있지?’ 사실 지금 시대는 딸을 선호하잖아. 그런데 그 때 당시는 안 그랬어. 그래서 안타깝지만 많은 여자 아이가 낙태당했다고 들었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지금 나를 정말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어. 남편은 나를 끔찍이 생각해줘. 저주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내 인생에 이런 사랑은 처음이야. 참 감사하지. 어제는 최근에 들었던 충격적인 엄마의 말씀을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남편에게 말했어. “여보, 제가 여자라서 어쩌면 낙태를 당할 뻔했을 수도 있었겠어요. 물론 정확한 건 몰라요. 그런데 낙태당하지 않았어요.” 그 말을 듣고 남편은 너무 속상하다며 매우 안타까워했어.

 

지연아, 네게 많은 이야기가 들릴 거야. 네 뱃속에 있는 아기는 환영받지 못한 아기라고, 너 혼자 어떻게 키우겠냐고, 그 아기는 네 인생의 걸림돌이라고...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한 아기였기에 낙태당해야 하는 인생이었겠지. 내가 없어지면 우리 엄마는 시어머니(내게는 친할머니)께 구박도 안 받고 말이야. 하지만 우리 엄마는 나를 지켜 주셨고,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어. 물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랑받지 못해 나 스스로 나를 깎아내리며 겪어야 했던 내적인 비참함, 내 존재에 대한 수치감, 불안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 등 여러 장애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극복하였고, 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어. 그리고 지금 내 뱃속에 귀한 생명이 자라고 있잖아. 나를 통해, 우리 가정을 통해 새 생명이 생긴 거야. 최근에 산부인과에서 입체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우리 아기가 남편과 나를 똑 닮았더라고. 참 신기했어.

지연아, 어려운 일이겠지만 네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도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 물론 너무나도 힘든 결정이라는 걸 알아.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지. 하지만 요즘에는 지원도 잘 해주고, 또 네가 키우기 어렵다면 입양이라는 제도도 있으니까. 그 아기가 태어나서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우리는 모르지만 그 아기에게도 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내가 환영받지 못한 존재여서 낙태당했다면 네 옆에도 없었을 거야. 하지만 내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졌기에 이렇게 네 옆에 있잖아. 네가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했으면 좋겠어. 생명을 선택했으면 좋겠어. 응원할게. 그리고 도와줄게.

 

너를 아끼는 네 친구 미희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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